계약이 끝난 땅 위에 비닐하우스가 그대로 서 있습니다. 천 평이 넘는 땅을 십오 년 동안 빌려준 원고는 곧 치우겠다는 임차인의 말을 믿고 한 해를 기다렸습니다.
약속한 연말이 지났고, 새로 합의한 여름 기한도 지났습니다. 처음 계약을 맺을 때 임차인은 계약이 끝나면 비닐하우스를 직접 걷어 가겠다고 계약서에 적었고 각서까지 따로 써 주었습니다. 하지만 종이에 적힌 약속과 눈앞의 땅은 달랐습니다.
토지 임대차 종료 원상복구 문제로 속을 끓이는 땅 주인이라면 원고의 마음을 짐작하실 겁니다.
이 글은 법률사무소 민현 홈페이지에 실린 철거·인도 사건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홈페이지 글이 소송의 뼈대를 다뤘다면, 여기서는 소송 전 원고가 보낸 시간을 따라가 봅니다.
각서에 "직접 철거해도 된다"고 적혀 있는데, 왜 걷어내지 않았을까요?
직접 걷어내면 원고가 가해자로 몰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임차인이 써 준 각서에는 철거하지 못하면 땅 주인이 임의로 철거해도 좋다는 문장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남의 시설물을 법원 절차 없이 뜯어내면 재물손괴 같은 형사 문제로 번질 수 있습니다. 약속을 어긴 쪽은 임차인인데 경찰 조사를 받는 쪽은 땅 주인이 되는 일이 생깁니다.
원고는 중장비를 부르지 않았습니다. 법원을 거치는 길은 느려 보여도 이런 위험을 남기지 않습니다.
기다린 시간, 그냥 흘려보낸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원고는 약속이 깨질 때마다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처음 두 통에는 아무 답이 없었습니다. 그 뒤 임차인과 다시 마주 앉아 언제까지 영업을 끝내고 언제까지 땅을 돌려줄지 날짜를 정했고, 원고는 그 날짜를 적어 세 번째 우편을 보냈습니다. 기한이 다가올 때 한 번, 기한이 지난 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보냈습니다. 모두 다섯 통입니다.
토지 임대차 종료 원상복구를 요구할 때는 빨리 치워 달라는 말보다 몇 월 며칠까지라는 날짜를 적어야 합니다. 기한이 적혀 있어야 그날이 지난 뒤 약속을 어겼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답 없는 우편을 계속 보내는 일은 헛수고처럼 느껴집니다. 소송에서는 이 다섯 통이 임차인 스스로 정한 기한을 여러 번 넘겼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서류가 됐습니다. 말로 한 약속은 상대가 그런 적 없다고 하면 입증할 길이 막히지만, 날짜가 찍힌 우편은 남습니다.
땅을 못 쓰는 동안의 손해는 누가 책임집니까?
계약이 끝난 뒤에도 땅을 쓰고 있는 사람이 책임집니다. 임대차가 끝났는데 땅을 돌려주지 않고 계속 사용하면 그 기간의 사용료를 부당이득으로 돌려줘야 합니다(민법 제741조).
원고는 철거와 인도를 청구하면서 계약이 끝난 다음 날부터의 사용료, 그리고 농지에 깔아 둔 바닥재를 걷어내는 비용까지 함께 청구했습니다.
사용료는 예전 임대료보다 높은 지금 시세로 계산했습니다. 바닥재 철거 비용은 일부만 먼저 청구하고, 정확한 금액은 감정으로 확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버티는 날이 길어질수록 임차인이 치러야 할 돈이 늘어나게 됩니다.
여러분이 같은 처지라면 청구서에 철거만 적을지, 돈까지 함께 적을지를 처음부터 정해야 합니다. 철거만 청구하면 상대방은 시간을 끌어도 잃을 것이 없습니다.
소송은 어떻게 끝났습니까?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임차인은 비닐하우스를 걷어 내고 땅에서 나갔습니다. 그런데 가까운 곳에서 사업을 이어 가면서 원고의 땅을 주차장으로 썼습니다.
법원은 사건을 조정에 넘겼고,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으로 임대차가 끝났음을 확인하면서 임차인이 원고에게 수천만 원을 지급하도록 했습니다. 원고의 땅을 주차장 같은 사업용으로 쓰지 않는다는 조항도 함께 들어갔습니다.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은 양쪽이 합의하지 못할 때 법원이 직접 내놓는 해결안입니다. 받은 날부터 2주 안에 이의하지 않으면 판결과 같은 효력이 생기는데, 양쪽 모두 이의하지 않아 결정은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여러분의 땅에도 토지 임대차 종료 원상복구가 끝나지 않은 시설물이 남아 있다면, 임차인이 마지막으로 약속한 날짜가 언제였는지부터 적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 날짜가 문자로든 우편으로든 남아 있어야 다음 순서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수원 광교법조타운의 법률사무소 민현 방민현 변호사는 계약서와 각서, 그동안 주고받은 연락을 놓고 여러분이 지금 보낼 서류가 무엇인지 함께 정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