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배당이 끝나고 몇 달 뒤, 한 분이 소장을 받았습니다. 함께 질권을 가졌던 다른 채권자가 "약정대로라면 당신 몫은 26%인데 더 받아 갔으니 3,400만 원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낸 것입니다. 상대방이 증거로 낸 것은 이분이 직접 도장을 찍은 약정서 한 장이었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서명한 사실은 부인할 수 없고, 약정서 문구도 분명합니다.
대부분은 돌려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약정서 착오 취소가 인정되어 원고의 청구가 기각되었습니다.
서명할 때 무엇을 잘못 알고 있었을까요?
이분은 같은 부동산에 근저당권부 채권 질권을 가진 세 명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세 사람은 배당금을 각자의 채권액 비율로 나누어 정산하자는 약정을 맺었습니다.
문제는 순위였습니다.
이분은 사실 1순위 질권자여서, 약정이 없었다면 자기 채권최고액을 먼저 온전히 배당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서명할 당시에는 자신도 다른 질권자들과 같은 줄에 서서 나눠 받는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1순위의 우선권을 스스로 내려놓는 약정이라는 것을 모른 채 도장을 찍은 셈입니다.
서명했는데도 약정을 취소할 수 있을까요?
가능합니다. 민법 제109조는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한 부분에 착오가 있으면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다만 표의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취소할 수 없고, 착오가 있었다는 사실과 그 착오가 중요하다는 점은 취소하려는 쪽이 증명해야 합니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부딪히는 반박은 "그건 동기의 착오일 뿐"이라는 주장입니다. 이 사건 원고도 같은 주장을 했습니다. 순위를 잘못 안 것은 약정을 하게 된 개인적 사정일 뿐, 약정 내용과는 상관없다는 논리였습니다.
법률사무소 민현의 주장으로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약정은 질권자들의 순위대로 배당표가 짜인 뒤 그 결과를 채권최고액 비율로 다시 나누자는 구조였습니다.
순위가 정산의 출발점이므로, 순위에 대한 인식은 약정 내용 그 자체라고 본 것입니다. 약정서 착오 취소를 다툴 때는 이렇게 잘못 안 사실이 약정의 계산 구조 안에 들어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첫 단추입니다.
알았더라도 서명했을 거라는 주장은 어떻게 막을까요?
착오 취소의 두 번째 관문은 "그 사실을 알았다면 약정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원고는 질권자들이 채권 회수 비용을 함께 부담하기로 했으니 선순위인 줄 알았더라도 약정했을 것이라고 맞섰습니다.
이 부분은 당시 상황으로 답했습니다. 1순위였던 이분은 경매만 진행되면 채권최고액을 충분히 회수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질권자와 협의하거나 비용을 나눠 질 이유가 없었습니다. 원고가 낸 자료로도 이분이 약정을 주도했다고 볼 근거는 부족했습니다. 법원은 이분이 선순위라는 것을 알았다면 약정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화해계약이라면 취소할 수 없지 않을까요?
원고의 마지막 카드는 화해계약이었습니다. 민법 제733조에 따라 화해계약은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화해계약은 이미 다툼이 생긴 법률관계를 서로 양보해 끝내기로 하는 합의입니다. 이 약정을 맺을 때 세 사람 사이에는 다툼 자체가 없었습니다. 법원도 분쟁을 인식했다고 볼 수 없다며 화해계약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름이 정산 약정이든 합의서든, 분쟁을 끝내려는 합의가 아니었다면 화해계약의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약정이 취소되면 어떻게 될까요?
취소된 약정은 처음부터 효력이 없었던 것이 됩니다. 원고는 그 약정을 근거로 정산금을 청구할 수 없게 되었고, 법원은 청구를 기각하면서 소송비용도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이 사건을 홈페이지 성공사례로도 정리했는데, 여기서는 의뢰인이 서명 당시 어떤 생각이었는지, 그리고 원고의 반박이 어디서 막혔는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도장 찍은 약정서를 근거로 돈을 돌려달라는 요구를 받고 계신다면, 약정서 문구보다 먼저 서명하던 날 내가 무엇을 사실로 믿고 있었는지를 되짚어 보셔야 합니다. 그 믿음이 약정의 핵심과 맞닿아 있다면, 약정서 착오 취소로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법률사무소 민현은 수원지방법원에서 이 사건을 직접 다뤘고, 약정의 체결 경위부터 함께 검토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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