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납품을 이어 가던 어느 날, 거래처에서 서면 한 통이 도착합니다. 설치한 제품에서 부품이 깨지고 있으니 수리 인건비와 교체 비용을 모두 부담하라는 내용입니다. 적힌 금액은 그동안 받지 못한 납품 대금의 몇 배에 이릅니다. 여러 해 함께 일한 거래처였기에 당황스러움은 더 큽니다. 게다가 거래처는 발주까지 끊은 상태입니다.
법률사무소 민현 홈페이지에 소개한 부품 납품 분쟁도 이런 서면에서 시작됐습니다. (성공사례 보기: 납품 하자 손해배상 방어, 2억 원 청구 전부 기각된 사례) 이 글은 그 사건의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재판에서 법원이 가장 오래 들여다본 질문은 "이 부품을 누가 설계했는가"였고, 그 답이 납품업체 하자 책임의 범위를 정했습니다.
완제품 하자, 부품을 만든 회사가 모두 책임질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주문한 쪽이 준 설계나 지시 때문에 생긴 하자라면, 일을 맡은 쪽은 원칙적으로 그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민법 제669조). 다만 설계가 잘못된 줄 알면서도 알리지 않았다면 예외가 됩니다.
반대로 도면까지 납품업체가 그렸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하자 분쟁에서는 부품을 "만든 회사"와 도면을 "그린 회사"가 같은지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설계 책임은 계약 기록으로 판단합니다
여러 해 거래한 회사끼리는 이 경계가 흐려지기 쉽습니다. 이 사건의 두 회사도 한때 설계 업무를 함께 하다가 그 계약을 끝낸 사이였습니다. 거래처는 납품업체가 설계까지 했다고 주장했고, 납품업체는 계약 종료 뒤 도면을 마무리한 쪽이 거래처라고 맞섰습니다.
법원은 양쪽의 말보다 기록을 봤습니다. 설계 계약이 언제 끝났는지, 그 뒤 도면을 확정해 보낸 쪽이 누구인지, 계약서에 도면을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는 조항이 있는지가 판단의 근거가 됐습니다.
개선 의견을 제안했다고 설계 책임까지 지지는 않습니다
납품업체가 가장 마음에 걸려 하는 대목입니다. 문제를 줄여 보려고 "이 부분을 고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이메일이 설계에 관여한 증거로 쓰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납품업체의 제안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고칠지 말지를 최종적으로 정한 곳이 거래처였으므로 설계 책임도 거래처에 남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무상으로 보낸 교체 부품은 대금 청구가 어렵습니다
분쟁이 커지기 전, 납품업체는 거래 관계를 지키려고 교체용 부품 1만 세트가 넘는 물량을 대가 없이 보냈습니다. 거래가 끊긴 뒤 그 값도 청구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미 건넨 무상 공급은 증여로 보았고, 앞으로 계속 발주해 준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는 증거도 부족하다고 봤습니다.
선의로 보낸 물량이라도 조건을 서면으로 남기지 않으면 나중에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무상 교체에 응하실 때는 그 대가와 조건을 문서로 정해 두시기 바랍니다.
손해배상과 물품대금 상계 주장, 받아들여졌을까요?
하자 분쟁이 생기면 거래처는 밀린 대금을 주지 않은 채 "우리가 입은 손해와 지운 셈 치자"고 나오기도 합니다. 서로 갚을 돈이 있을 때 같은 금액만큼 없애는 것을 상계라고 합니다(민법 제492조). 이 사건의 거래처도 손해배상 채권으로 물품대금을 지우겠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납품업체 하자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거래처에게는 맞바꿀 손해배상 채권부터 없다고 봤습니다. 상계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납품업체는 받지 못했던 대금과 지연손해금을 판결로 확인받았습니다. 설계 책임을 먼저 정리해 둔 일이 대금 회수까지 이어진 셈입니다.
하자 통보를 받은 납품업체가 먼저 확인할 것
수리비 청구서를 받으면 대금을 깎아 주거나 급히 무상 교체로 수습하고 싶어집니다. 그 전에 설계 계약과 제작 계약이 각각 어디까지였는지, 도면을 주고받은 기록이 남아 있는지부터 확인하셔야 합니다. 어떤 기록이 책임을 가르는지는 계약 구조를 직접 봐야 판단할 수 있습니다. 급하게 보낸 답장 한 통이 책임을 인정한 증거처럼 읽히기도 하니, 회신 전에 내용을 한 번 더 점검하셔야 합니다.
수원 광교에 있는 법률사무소 민현의 방민현 변호사는 대기업 법무팀장 출신으로 기업 간 거래 분쟁을 맡아 왔습니다. 납품업체 하자 책임을 두고 거래처와 다툼이 시작됐다면, 받은 서면과 계약서를 가지고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 법률사무소 민현 | 수원지방법원 앞 (광교법조타운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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