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식명령이 확정된 날, 가해자 분들은 대개 한숨 돌립니다.
형사 처벌이 끝났으니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거나, 이제 남은 건 보험처리나 합의금 정도라고 생각하시는 겁니다.
그런데 몇 달 뒤 법원에서 소장이 날아옵니다. 원고가 청구한 금액은 상상보다 훨씬 큰 액수, 3천만원이 넘는 손해배상청구였습니다.
교차로에서 좌회전 신호를 위반해 직진 차량과 충돌한 사고였습니다. 형사절차에서는 이미 약식명령이 확정된 상태였고, 원고 측은 이 확정을 근거로 본인의 일실수익과 위자료, 그리고 부모의 위자료까지 묶어 청구를 진행했습니다. 상해 정도는 3주 진단의 요추·경추 염좌와 무릎 타박상이었습니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놓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형사와 민사는 다투는 대상 자체가 다릅니다. 형사절차는 '과실이 있었는가'를 따지고, 민사절차는 '손해가 얼마인가'를 따집니다. 약식명령이 확정됐다고 해서 원고가 청구한 손해액까지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둘을 같은 문제로 착각하는 순간, 방어할 수 있었던 금액을 그대로 내주게 됩니다.
과실을 다투지 못하면 정말 방법이 없을까요?
이미 형사처벌이 확정된 사건에서 사고 경위나 과실 비율을 다시 다투는 것은 사실상 승산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길은 하나, 손해액 자체의 적정성을 정면으로 따지는 것입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사고 발생 자체를 부인하는 대신, 청구된 금액이 실제 손해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파고드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원고가 청구한 일실수익, 그대로 인정되는 금액일까요?
원고 측이 청구한 일실수익은 향후 신체감정을 거쳐 노동능력상실률이 확정되면 재산정하겠다는 전제가 붙은 금액이었습니다.
말하자면 확정된 손해액이 아니라 일단 청구해 둔 액수에 가까웠습니다.
3주 치료로 종결될 수 있는 상해의 정도와 통상적인 노동능력상실률 산정 기준을 진단서와 소득 자료를 근거로 짚어내자, 청구 금액과 실제 예상 배상범위 사이의 간극이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위자료 부분 역시 사고 경위와 상해 정도, 원고의 나이 등을 함께 살펴보면 통상적인 산정 기준을 벗어난 수준이라는 점을 별도로 준비했습니다.
조정 절차, 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까요?
소송이 계속되는 동안 일실수익 산정 근거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과 상해의 실제 정도를 자료로 뒷받침하며 조정을 통한 해결을 유도했습니다.
판결까지 가면 감정 절차 등으로 시간과 비용이 더 소요될 수 있는 상황에서, 손해액에 관한 반박 자료를 조정 과정에 충실히 반영시키는 것이 실질적인 방어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당사자 쌍방의 사정을 참작해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원고 측이 청구한 금액의 4분의 1 수준에서 분할 지급으로 종결되었고, 원고는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는 조건이었습니다.
형사처벌 후 민사소송, 상대방의 청구금액을 무조건 인정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형사처벌이 확정되었다고 해서 민사 손해배상 청구액까지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과실 자체를 뒤집기 어려운 상황이라도, 손해액이 어떻게 산정되었는지를 끝까지 따져보는 것만으로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원고나 피고 모두, 청구서에 적힌 숫자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전에 그 산정 근거부터 짚어보시길 권합니다.
교통사고 손해배상소송을 비롯하여, 형사사건 이후 민사소송까지 법률사무소 민현이 꼼꼼하게 살펴보고, 전략적으로 사건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