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을 기다린 답이 종이 몇 장으로 돌아왔습니다. 경찰서 이름이 찍힌 봉투 안에 불송치 결정 통지가 들어 있습니다.
여러분이 이 봉투를 받았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눈은 '혐의없음' 네 글자에서 멈추고, 그 아래 문장들은 좀처럼 읽히지 않습니다. 고소장을 고쳐 쓰던 밤과 조사실에서 보낸 오후가 한꺼번에 떠오릅니다.
불송치란 경찰 단계에서 수사를 접고, 검사의 판단을 받으러 보내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화가 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래도 불송치 결정 통지를 서랍에 넣기 전에 한 번은 끝까지 읽어야 합니다. 경찰이 어느 지점에서 송치를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는지, 그 이유가 거기에 적혀 있기 때문입니다.
불송치 결정 통지에서 제일 먼저 볼 곳은 어디일까요?
결론 옆에 붙은 사유의 이름입니다.
불송치 사유는 크게 혐의없음, 죄가안됨, 공소권없음, 각하로 나뉘고, 혐의없음은 다시 '증거불충분'과 '범죄인정안됨'으로 나뉩니다.
같은 불송치라도 이름에 따라 경찰이 결정한 이유가 전혀 다릅니다. 반박할 방향도 그 이름을 따라갑니다.
이유란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이유란에는 경찰이 받아들인 사실과 받아들이지 않은 주장이 섞여 있습니다.
상대방의 해명만으로 결론을 낸 문장이 보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낸 자료가 한 번도 언급되지 않은 대목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곳이 바로 이의신청의 이유가 됩니다.
'증거불충분'과 '범죄인정안됨'은 무엇이 다를까요?
증거불충분은 의심은 들지만 증명할 자료가 모자란다는 판단입니다.
이때는 경찰이 보지 못한 자료를 찾는 일이 먼저입니다. 제출하지 않았던 메시지와 녹음, 조사받지 않은 목격자가 있는지 되짚어 보십시오.
범죄인정안됨은 사정이 다릅니다.
있었던 일은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법적으로 범죄가 되지 않는다고 본 것입니다.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해 사기로 고소했는데 "민사로 해결할 문제"라는 답이 돌아온 경우가 여기에 속합니다.
자료를 더 쌓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돈을 받아 갈 당시 상대방이 갚을 뜻과 능력이 있었는지, 그때 어떤 거짓말을 했는지를 다시 정리해야 합니다.
공소권없음이나 각하라면 다툴 길이 없을까요?
공소권없음은 처벌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났거나 고소할 수 있는 기간을 넘겼다는 식의 '날짜' 판단일 때가 있습니다.
친고죄(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하는 범죄)는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6개월 안에 고소해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230조). 경찰이 그 '알게 된 날'을 언제로 잡았는지 확인하고, 여러분의 기억과 기록에 맞는지 직접 세어 보십시오.
각하는 고소 내용만으로는 수사를 이어 갈 필요가 없다고 본 결정입니다.
이유란에 무엇이 부족했는지가 적혀 있으니, 그 빈칸을 채울 자료가 있는지부터 살핍니다. 조사에 나가지 못했거나 요청받은 자료를 내지 못해 각하된 경우라면, 그 자료를 갖춰 이의신청서에 붙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고소한 혐의가 여러 개였다면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요?
모든 고소가 하나로 처리되는 것은 아닙니다. 죄명마다 다른 처분이 병존할 수 있습니다. 죄명마다 결론이 같은지 보셔야 합니다.
사기와 횡령을 함께 고소했다면 하나는 검사에게 넘어가고 다른 하나만 불송치될 수 있습니다. 통지서에서 죄명별 결론을 하나씩 짚어 보고, 불송치된 부분이 여러분에게 얼마나 중요한 혐의인지 따져 보십시오.
통지를 받은 뒤에는 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요?
2026년 10월 2일부터는 불송치 결정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 안에 이의신청(사건을 검사에게 보내 달라는 요구)을 해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245조의7 제3항).
봉투에는 결정서와 함께 이의신청 안내문과 서식이 들어 있어야 하니(제245조의6), 빠진 서류가 없는지도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이사를 했거나 전화번호가 바뀌어 통지를 제때 받지 못했다면, 담당 수사관에게 언제 어떤 방법으로 통지했는지부터 물어보십시오.
불송치 결정 통지는 고소인에게 가장 읽기 싫은 문서입니다.
동시에 다음 서면에 무엇을 써야 하는지 알려 주는 첫 번째 단서이기도 합니다. 방민현 변호사는 국선변호인으로 대법원과 수원고등법원 사건을 맡으며 수사기록을 읽어 왔습니다.
수원 광교법조타운에 있는 법률사무소 민현으로 통지서를 가져오시면 사유의 이름부터 함께 읽겠습니다.